스토리1

[스크랩] 고부초등학교 100주년

약산약수산지기 2006. 8. 29. 23:24

2006년 8월 15일 (화) 15:29   연합뉴스

<`백년둥이 후배'와 하나된 운동회>


정읍 고부초교 개교 100주년 행사

(정읍=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지. 저기 흰 운동화를 신은 손녀가 내 까마득한 고부초등학교 후배랑게."

8월의 따가운 햇볕 내리쬐는 한 낮. 만국기가 온통 교정을 덮은 시골의 한 초등학교운동장에서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개교 100주년 축하'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꼬마들과 커다란 고무풍선을 함께 굴리고 있었다.

전북 정읍시 고부면에 위치한 고추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이날 체육대회는 8.15광복절 축하행사가 아니라 이 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열린 '추억의 한마음 운동회'다.

구한말 고종황제 때인 1906년 뜻있는 고부지역 인사들이 사립'광화학교'를 세운 지 꼭 100년째인 이날 모교 교정에서 뜻깊은 축하행사가 열린 것이다.

고부초교는 동학혁명을 촉발시킨 고부군수 조병갑이 기거했던 고부군 관아가 혁명군에 의해 불탄 그 자리에서 지어졌고 12명의 학생이 첫 입학식을 가졌다.

이후 1908년 공립고부보통학교로 편입됐으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한해도 빠지지 않고 졸업식을 가졌고 학교는 어느덧 한 세기의 역사를 갖게 됐다.

인구 4천여명의 조그만 면에 위치한 초등학교는 현재 7개 학급에 교사 22명, 전교생 103명이 전부이지만 한 세기가 흐를 동안 96회에 걸쳐 총 8천1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명실공히 정읍 지역 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총동창회(회장 은희태)는 교정에서 이날 동문 2천여명과 재학생, 은사, 지역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과 100주년 기념탑 제막식을 개최했고 운동회와 동문노래.장기자랑도 열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100주년 기념우표 100매를 발행했으며 학교발전기금 1억5천만원을 모금해 장학금과 기념탑 제작, 학교 100년사 및 총동창회주소록 제작 등을 추진했다.

은희태 총동창회장은 "동학혁명과 항일 독립운동의 진원지였던 고부지역의 자랑인 모교에서 할아버지.할머니와 학교 후배인 손주들이 한데 모여 행사를 갖게 돼 감개 무량하다"며 "이 시간이 있기까지는 온 고부면민들의 애향심과 학교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4회 졸업생(1933년) 황반용(89) 할아버지는 "일제가 4학년 때부터 한글 수업과 우리말 사용을 금지시켜 재학생 59명 전원이 학교 뒷산에 올라가 몰래 한글을 배웠지. 이후 일제 반대 시위도 벌여 1주일간이나 학교를 못 나왔지. 그래도 한 명도 후회하지 않았어.. 그 덕에 지금 학교와 후배들이 있잖아"라며 뿌듯해 했다.

올해 입학한 '학교 백년둥이' 조혜림(7)양은 운동회에서 만난 유재문 (64세.45회) 대선배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냐"는 질문에 "우리학교가 100살 먹는 날이죠"라고 또박또박 대답한 뒤 주름진 동문의 손을 꼭 쥐고 반환점으로 달려갔다.

kan@yna.co.kr

(끝)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NATE/ⓝ/ez-i>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출처 : 고부초등학교 100주년
글쓴이 : 천태산 원글보기
메모 :